2021.1.7 유 보현 목사
한 밤중에 눈이 오면
달이 없어도 세상이 밝다.
새벽 4시 20분.
조용히 일어나 껴입고 감싸고
문밖에 나서면
하얀 도화지 위에 목화 솜 열린 소나무.
냉기가 싫지 않다.
고단한 직원들이 나오기 전.
드나들 길을 열자고
티 하나 없는 하얀 마당에 발자국을 찍는디.
한 발, 늦었네 !!
몇시에 나와 치웠을까?
맨 윗집 요양원에서
아랫 집 휴양원을 지나
마을 길, 도로에 닿은 180m 길.
빗자락으로 휙휙 쓸
적게 온 눈이 아닌데
밤에도 어르신 지키느라 피곤할 텐데....
마음속에 봄바람이 분다.
요양원 창문으로불빛이 보인다.
따뜻한 커피로 몸이라도 녹였을까?
높다란 곳에 집지은게 미안하고
밝은 세살 할머니
2021년 첫 주일입니다.
신년 감사 주일 예배를 드린 후
세살 할머니께 여쭤봅니다.
"어르신 오늘이 새해 첫 주일인데 올해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나? 나 세살이지"
"작년에 세살 아니셨어요? 그럼 네살 되신거잖아요?"
"세살, 세살이지" 너무도 유쾌하게 대답하십니다.
"올해도요?"
"그럼, 세살이지".
그리고 환하게 웃으십니다.
정말 세살 아기 같으십니다.
나는 세살 할머니가 좋습니다.
할머니라고 불러드렸습니다. 우리 할머니시니까요.집 가족되어 눈 치운 맘이 고맙고 . . .
진입로와 숲길도 이장님이 치우셨다.
어르신 모신 집이라고 새벽 일찍
트랙터로 밀어 주시니 길이 열렸다.
숲길로 들어 선다.
산위에서 길따라 내려온 찬 공기.
한겨울 새벽인데 추운걸 모르겠다.
달빛이 없어도 세상이 밝다.
마음도 덩달아 밝아 진다.
눈 온 새벽 숲길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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