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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의 거짓말

밝은집 2021.02.14 15:29 조회 수 : 9

                                 2019년127일                                   원 춘자 원장

 

오늘, 치매 남자 어르신 한 분이 입소하셨습니다.

고령이시지만 몸이 단단하고 건강해 보이셨습니다.

남자 어르신 중에는 폭력성 때문에 병원과 다른 요양원을 전전 하시다가 밝은집에

오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런 어르신은 며칠 동안이 고비입니다.

낮에는 특별한 일이 없이 조용하셨는데 밤중에 일이 터졌습니다.

밖은 깜깜하고 조용하고 평화로운 주말 밤.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습니다밤 근무 다급한 요양팀장의 전화입니다.

오늘 입소하신 어르신이 소리소리 지르시고 때리시고 야단났어요, 아무리 해도 도저히 안 되겠어요.”

서둘러 옷을 걸치고 목사님과 요양실로 들어가 보니 어르신을 휠체어에 앉혀 보호대를 채워드리고 모두들 모여 있었습니다.

저녁에 약도 거부하시고 직원들도 폭력에 시달렸던 것 같았습니다. 직원들 얼굴들이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저녁 약도 거부하셨다는데 계속 큰소리로 호령하고 계셨습니다.

옛날엔 씨름으로 황소도 타고 노루도 때려 잡으셨답니다.

다들 난감하여 어쩔 줄 몰라 하며 목사님만 쳐다보았습니다.

목사님은 침착하고 낮은 소리로 지시하기 시작 했습니다.

휠체어 보호대를 풀어 드리세요겁이 났지만 풀어 드렸습니다.

다들 나가세요.” 모두들 나갔습니다.

어르신이 폭행이라도 하실까봐 걱정스러웠지만 어르신 방에서 모두 나와 복도에서 귀를 기울였습니다.

어르신과 목사님이 대화 아닌 대화를 한참동안 나누시는데 계속 불만스러운 말씀을

큰 소리로 하시지만, 조금은 누그러지신 것 같아 우리는 안심하면서도 언제 끝이 나지하고 기다렸습니다.

오늘밤은 토요일이니 목사님은 주일 설교를 준비할 시간입니다.

귀를 가까이 대니 귀가 어두우신 어르신과 목사님의 큰소리 대화가 들립니다.

어르신, 저도 미량마을 출신이예요

진안사람 이라구?”

, 저도 마이산 밑 미량마을에서 나서 자랐어요

그래? 날 알어?” “어르신 막내 따님 OO이 하고 친구예요.”

그래? OO이를 알어? OO이 친구야?”

, OO이하구 친해요. 초등학교 중학교 같이 댕겼는데요

근데 왜 왔어?”

“OO이가 아버지 여기 오셨다고 잘 좀 돌봐 드리라구 부탁해서요

어디 살어?” “저는 이동네로 시집왔는데, 한 달에 두 번은 만나요, OO이하고” 어르신이 조용히 들으시는것 같습니다.

“OO이는 아버지를 참 위하더라고요. 아버지를 아주 좋아 하구 존경하더라구요.” 미혼 목사님이 시집을 왔답니다. 이 마을로.

내가 성질이 급해. 소리만 지르고..”

어르신의 뜻밖의 고백이 들리고

그래도 OO이는 그러더라구요. 우리 아버지는 엄마가 좀 상냥하고 애교있었으면

소리 안 질렀을 꺼라 면서, 아버지편 들던데요?”

그래?” 목사님이 어르신의 기분을 맞춰 드립니다.

대개 딸들은 엄마편인데 OO이는 아버지 편이더라구요

그리고 한참을 더 이런 저런 고향얘기가 오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또 깨닫습니다. 자녀들에게 어르신과 가정에 대해 소상히 묻고 꼼꼼히 기록한 목사님의 그 이유를 깨닫습니다.

근심스런 자녀들에게 지지해드리면 차차 안정되실 것 같습니다

라며 안심시켜 보내고, 목사님 혼자 이 밤중에 실천하는 겁니다.

또 다시 두런두런 얘기소리가 들리고 목사님이 방문을 열고 나오는데 어르신이 문 앞까지 나와서 잘 가라고 인사를 하셨습니다.

목사님도 인사를 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그리고 어르신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조용히 잠이 드셨습니다.

아마도 의사라면 안정제 주사를 놔드렸을까요?

노인과의 변함없는 세월 29, 목사님 거짓말은 약이었습니다.

강건하세요. 주님의 평안 가운데 평안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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