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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들을 뒤 돌아보며

밝은집 2020.12.13 16:24 조회 수 : 3

바람도 없는 날
   숲은 고요하고
   함박진 첫눈도 조용조용 내리고
   눈꽃을 맞으며 앉아있는 꽃사슴
   순한 눈망울, 속눈썹에도 흰 눈이 얹히고

   그때도 그랬다
   흰 눈이, 이층집 하나 없는 온 동네를
   하얗게 덧칠하고
   월파마을 바가지 우물,
   떡시루 마냥 눈밭 가운데 김이 오르고
   바가지에 물을 떠 빨래를 하면
   일월 추위에도 손이 따습고 마음도 따습고 . . .

   한 가지 생각으로 내려온 양평
   길에서 돌아가시게는 말아야지
   몇 분이라도 모시는 노인가정 가장이 되어야지 . .  .
   이른 저녁, 조용히 내린 어둠이 나를 방안에 감금하고
   뒤꼍 밤나무 잎이 밤바람에 바스락 거려도
   깜짝 놀라 깨어 새벽을 기다렸다
   나는 망망 바다 가운데 외딴섬
   동그란 문고리만이 차가운 손으로 내손을 잡았다

   1991년 1월이었으니 벌써 28년이 지났다
   지금은 아랫집, 윗집, 대가족이 되고
   내 머리에도 흰 눈이 얹혔다
   이제 눈 녹을 봄은 없다
   봄은 오지 않는다.
   나에게는

  저 여린 양들을 위해 예비하신 목자는 누구일까.
  말씀을 전하고 사랑을 전하고
  무릎을 꿇어 성찬식에 누워 참예한 양들을 품어 안고,
  떡과 포도주로 주님과 연합하게 할 일꾼은 누구일까.

  긴 시간도, 짧은 시간도 아니다.
  흐르는 시간을 짧고 긴 것으로 재단하는 건,
  無道한 일이 아닐까.

  길목마다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내가 받기만 한 그 사랑,
  아름다운 것으로 갚아 주실 분이 계시니
  고맙습니다,  길동무 해주신 여러분!
  함께 해주셔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밝은집 요양원 유 보현 목사드림

 

2018-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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