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얼은 겉 흙을 걷어내고
뒤곁 돌담 아래서 뚱딴지를 캡니다
“이 건 자색이네”
“요건 하얀 거”
“너무 잘다, 공을 들이지 못해서”
“그래도 이건 좀 크네요”
거름 한번 주지 않았어도
내 키보다 두 배는 웃자라 뿌리 살을 찌우고
서리에 말라 죽은 뚱딴지 대궁.
늦가을이 지나야 약성이 좋다니
12월 막달에 대궁 밑 흙속에서 쓸 만큼만 캡니다
가을 바람결에 일렁이던 황금 빛 꽃잎
솜털이 뽀얗던 대궁과 잎사귀는 자취없어도
제자리 언 땅에서 겨울을 나며 아낌없이 다 주는 뚱딴지
뿌리는 당뇨 변비 어르신 찻물을 달이고
잘 말린 대궁과 잎사귀는 삶아 채소밭 살충제로 쓰고 . . .
하나도 버릴 것 없는 뚱딴지, 돼지감자
이름이 뚱딴지면 어떠랴, 모양이 울퉁불퉁하면 어떠랴
고마운 뚱딴지, 모든 이에게 利한 뚱딴지
향 좋고 달달한 맛은 아니어도
몸에 좋고 속 덥힐 뚱딴지 차 한잔,
그런 밝은집으로 남고 싶습니다. 예수님 언젠가 오실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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