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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가 대학교 야간 강의까지 마치고 청량리에서 밤 10시 기차로 귀가 할 때 얘깁니다. 지금은 함께 어르신을 모시고 있지만 그 때 원장 전도사님은 수원 신광감리교회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밤기차를 타고 양수교를 건너면서 제가 전화를 하면 늘 당부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역에서 내려서 꼭 차 문 잠그고 가세요”
사실 혼자 밤길, 먼 거리는 아니어도 인적 없는 길을 간다는 것은 무서운 일 일수 있고
혼자 자신을 책임진다는 것, 혼자 감당해야하는 일들, 혼자 늙어가고 죽는다는 것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우리 할머니들은 낮에도 당신 방에 가지 않으시고 모임방에서 낮잠을 드십니다.
처음 이 숲속에 산기슭을 쪼아내어 집을 앉힐 때, 건축 기초를 하고 정화조를 먼저 만들었는데 돌풍에 날아가는 스티로폼 조각을 잡으려고 뛰어가다가 정화조 뚜껑을 잘못 밟아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팔과 어깨가 구멍에 걸려 깊이 2m의 물속에서 익사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밖으로 기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쇠뚜껑에 정강이뼈가 맞아서 조금 앉아있으니 쓰리고 아파오는데 살이 없는 부분이라 피는 별로 나지 않았지만 겁이 났습니다.
할머니들이 기다리실 텐데 뼈가 금이라도 갔으면 어떡하나. 아픈 게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들 저녁 식사를 지어 드려야하는데 사람도 없고 전화도 없고 누가 찾아 올 사람도 없고 공사 하시는 분들은 이틀 동안은 안 올 터이고 상처 나서 뼈가 하얗게 드러난 곳이 오른 쪽이니 운전은 가능한지 쓰린 건 다 잊었습니다. 또 혼자, 그러나 두 사람이 부르는 것 보다 더 크게 산이 울리도록 크게 복음성가를 불렀습니다.
“아시지요 내 사정을, 아시지요 주님
아시지요 내 사정을, 아시지요 주님“
그리고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용기를 내어 벌떡 일어났습니다.
다행히 뼈는 멀쩡했고 빨간약 몇 번 바르니 며칠 후 나았습니다.
언젠가 다 저녁 때, 배가 아픈데 맹장염 같았습니다.
온 밤을 참고 시장에 가서 당분간 먹을 찬거리를 사오고 농협에서 돈을 좀 찾고
홍천 아산병원에 갔더니 11시.
의사 선생님이 곧 맹장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하므로 보호자를 부르라는데 부를 사람도 마땅치 않고 복막이 터져버릴 급한 상황이라고 해서 제 손으로 싸인하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다음날 열심히 복도를 걸었고 드디어 gas가 나오자마자 의사 선생님께 퇴원해야한다고 말했는데 실밥 뽑을 때 까지 안 된다고 했습니다.
밤에 몰래 운전하여 집에 와서 할 일을 하고 그 밤에 병원으로 돌아갔습니다.
내일로 미룰 수 없는 일들이고 대신 할 사람이 없으니 무리가 되더라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제 입장을 가장 잘 아시는 하나님이 속히 집에 오게 하시고 거뜬히 일하게 하셨습니다.
언젠가 최장수 노인을 찾다가 조선시대 순조 임금 때의 사람이 공부에 생존해 있는 것이 발견되었답니다.
혼자 사는 나는 ‘아마 결혼도 안하고 자식도 없고 혼자 산 사람인가 보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자 사는 것이 자유롭다고 하지만 함께 성취해 나갈 동지가 없으니 외롭고 힘들고 게다가 나이 들면 하루가 지루하고 공적 보호자가 없어 사망신고도 남을 의탁해야 합니다
제가 혼자 십여 년간 어른들을 모실 때, 많이 부른 복음성가가 있습니다.
쌀이 얼마 남지 않고 보일러 기름이 반 뼘도 남지 않을 때도, 몸이 말을 안 듣고 뻑뻑해도,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나의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여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다가와 손 내미시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참 많이도 불렀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불끈 불끈 새 힘을 주셨습니다.
직장이 탄탄하고 수입이 안정적이어도 혼자는 혼자입니다. 혼자라고 안 늙습니까?
아직은 젊어 즐기고 산다고 해도 하루가 일 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생각되면 혼자 가는 인생의 이미 정해져 있는 코스를 멀리보고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점검해보십시오.
노후준비는 돈 이전에 사람준비입니다. 진실한 마음을 나눌 사람이 옆에 있어야 합니다.
안정된 수입이 있고 자녀가 여럿이라고 해도 ‘항상 곁을 지켜주는 사람’이 우선 요건입니다.
돈은 있는데, 아직은 긴 날이 남았는데, 추억은 쌓였는데, 바로 옆에 함께 먹고 대화를 나눌아무도 없는 노년이 행복해 보이십니까? 인터넷이 있다구요? 인터넷이 물 한잔 가져오나요?
우선 ‘사람’입니다. 노후준비는 우선 사람준비입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원장 전도사님과 저는 서로 다른 점도 많지만 한 사람이 없는 날은 하루가 더 길고, 저녁에 둘이 앉아 드리는 예배를 서로 더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함께 할 수 없는 날이 오겠지요.
그때는 늘 함께 해 주시는 하나님 아버지를 의지하며 살다가 영원한 한 곳에서 우리 두 사람, 만나겠지요. 그곳은 영원히 함께 사는 곳이지요.
의가 좋은 부부도 사랑하는 부모 자식 간에도 우리 두 사람 같은 한집 동역자에게도 이별은 오겠지요.
서로 함께 할 때는 고집도 부릴 수 있는 상대가 있음을 감사하고 한사람 먼저 간 후에는 조만간 다시 만날 천상의 아름다운 뜰을 생각하며 소망 중에 그리움으로 살 것입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 그리고 어디서나 언제나 영원히 나와 함께 하실 하늘 아버지가 계시다는 것, 참 행복한 일 아닙니까?

 

201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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