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되게 앓고 나니 입맛을 잃었다.
전도사님이
“뭘 먹고 싶어요?”
“없어요. 아무 것도”
“뭐 마시고 싶은 것 없어요?”
“없어요”.
전도사님이 ‘큰일 났네..하고 사라졌다.
저녁에 TV에 갓 잡은 병어조림을 맛있게 먹는 화면이 나왔다.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먹고 싶어졌다.
다음날,
오일장 장보러가는 전도사님께
“ 나 먹고 싶은 게 있는데.. 병어조림”
반색을 한다.
“장에 나왔음 사올께요”.
장을 보고 온 전도사님이 아무 말이 없다.
체면불구하고 물어보았다.
“병어 사왔어요?”
“안 사왔어요. 너무 비싸서”.
“얼마나 하는데?”
“손바닥 만 한 게 팔천원”
갑자기 가슴 한구석에 구멍이 생기고 싸아 찬바람이 지나갔다.
“그 대신 게를 사왔어요. 같이 먹으려고”
누가 게를 먹고 싶댔나.
생전 처음, 입맛 붙여 보려고, 먹고 기운 차리려고 부탁한 건데.
밥도 잘 못 먹은 보름 넘게 앓은 환잔데
한 마리만 사다가 나만 좀 조려주지.
내가 언제 그런 적 있나 명색이 쥔이라도.
8천원이 아까 왔을까. 혼자 먹게 하기가 어르신들께 죄송했을까.
친구 된지 40년, 슬그머니 라곤 없는 전도사님.
그런 점이 좋았지만 그런 점이 애닲다.
예수님은 먹는 것, 입는 것에 마음 쓰지 말라고 하셨지만
22년간 하루같이 어르신들에게 맞춘 식단을 먹고 살았는데
내 식성, 내 입맛은 없는 듯 살았는데
섭섭, 그까짓 것 하면서도 다시 섭섭.
씁쓸함, 그럴껄 뭐 하러 물었담. 자꾸 씁쓸함.
노쇠한 이삭이 에서의 별식을 좋아해서
하마터면 하나님께 큰 죄를 지을 뻔 했는데
섭섭함을 지우자. 씁쓸함을 날려 버리자.
나이를 먹을수록 조심하자.
듣기 좋은 말, 좋아하는 것을 조심하자.
내 입맛에 맞는 음식 좋아하는 것을 조심하자.
그래도 병어조림이 눈에 어린다. 목사라는 사람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천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마태복음 6장 31~32절)
2012-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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